잘 먹기 위해 산다.
- hyun

- 4월 24일
- 4분 분량

아침에 눈을 뜨면 먼저 커피를 내린다.
따뜻한 잔을 들고 앉아 명상을 하고, 몸을 조금 풀고, 글을 쓴다.
그 시간이 지나야 하루가 시작된다.
예전에는 하루가 나를 끌고 갔다.
시간표가 있었고, 강의가 있었고, 사람들을 만나야 했다.
지금은 내가 하루를 꺼내 쓴다.
천천히, 필요한 만큼만.
외부 일정이 없는 날이면 명상 후에
강아지를 데리고 걷다가 자연스럽게 밭으로 들어간다.
한 시간쯤 흙을 만지고 풀을 매다 보면
내가 뭘 하려고 나왔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다.
그러다 달래를 발견한다.
눈에 띄면 그냥 뽑는다.
계획은 없었는데, 점심 메뉴가 정해진다.
달래는 그렇게 식탁으로 온다.
봄에는 먹을 게 너무 많다.
머위는 자꾸 올라오고,
고사리는 꺾어도 또 나오고,
두릎과
허브는 하루 사이에도 향이 짙어진다.

머위 꽃은 튀김으로 먹어야 하고,
잎은 쪄서 먹어야 하는데
그걸 다 해 먹지 못한다.
밭은 늘 나보다 앞서 있다.
자연은 내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내놓는다.
풍요 속에 서 있는 느낌이다.
점심도 자연 속에서 먹는다.
그날 내 몸이 이끄는 대로 먹는다.
저녁은 집 안 테라스에서 먹는다.
불을 켜고, 바람을 맞으면서
하루를 정리하듯 천천히 먹는다.

요즘
나는 밥을 잘 먹기 위해 사는 것 같다.
그 말이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예전에는 성과로 하루를 채웠다면
지금은 감각으로 하루를 채운다.
향을 맡고, 손으로 만지고,
입으로 계절을 확인한다.
민들레 꽃을 따서 차로 마시고,
진달래로 화전을 부치고,
매화를 덖어 차로 만들고,
아침에 딴 허브로 하루 종일 차를 마신다.
나는 계절을 먹고 있다.
가끔은 조용하다.
너무 조용해서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은 순간이 온다.
그럴 때면
사회적 역할 속의 나를 떠올린다.
그때는 사회와 역할이 준 자리라면
지금의 나는 내가 만든 자리다.
그래서 가끔은 확인이 필요하다.
이게 괜찮은 방향인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오히려
그때 내가 어떻게 버텨냈나
안쓰러울 때가 있다.
살고 견뎌내야 해서
맛도 모른 채 먹었던 식사들.
봄은 여전히 많다.
나는 여전히 다 먹지 못한다.
그래서 오늘도
조금만 덜어다가 먹는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봄을.
나는 잘 먹기 위해 산다. 뜨면 먼저 커피를 내린다.
따뜻한 잔을 들고 앉아 명상을 하고, 몸을 조금 풀고, 글을 쓴다.
그 시간이 지나야 하루가 시작된다.
예전에는 하루가 나를 끌고 갔다.
시간표가 있었고, 강의가 있었고, 사람들을 만나야 했다.
지금은 내가 하루를 꺼내 쓴다.
천천히, 필요한 만큼만.
외부 일정이 없는 날이면 명상 후에
강아지를 데리고 걷다가, 자연스럽게 밭으로 들어간다.
한 시간쯤 흙을 만지고 풀을 매다 보면
내가 뭘 하려고 나왔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다.
그러다 달래를 발견한다.
눈에 띄면 그냥 뽑는다.
계획은 없었는데, 점심 메뉴가 정해진다.
달래는 그렇게 식탁으로 온다.
봄에는 먹을 게 너무 많다.
머위는 자꾸 올라오고,
고사리는 꺾어도 또 나오고,
허브는 하루 사이에도 향이 짙어진다.
머위 꽃은 튀김으로 먹어야 하고,
잎은 쪄서 먹어야 하는데
그걸 다 해 먹지 못한다.
밭은 늘 나보다 앞서 있다.
자연은 내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내놓는다.
풍요 속에 서 있는 느낌이다.
점심도 자연 속에서 먹는다.
그날 내 몸이 이끌리는 대로 먹는다.
저녁은 집 안 테라스에서 먹는다.
불을 켜고, 바람을 맞으면서
하루를 정리하듯 천천히 먹는다.
요즘
나는 밥을 잘 먹기 위해 사는 것 같다.
그 말이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예전에는 성과로 하루를 채웠다면
지금은 감각으로 하루를 채운다.
향을 맡고, 손으로 만지고,
입으로 계절을 확인한다.
민들레 꽃을 따서 차로 마시고,
진달래로 화전을 부치고,
매화를 덖어 차로 만들고,
아침에 딴 허브로 하루 종일 차를 마신다.
나는 계절을 먹고 있다.
가끔은 조용하다.
너무 조용해서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은 순간이 온다.
그럴 때면
시회적 역할 속의 나를 떠올린다.
그때는 사회와 역할이 준
자리라면
지금의 나는
내가 만든 자리다.
그래서 가끔은 확인이 필요하다.
이게 괜찮은 방향인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오히려
그때 내가 어떻게 버텨냈나
안스러울 때가 있다.
살고 견뎌내야 해서
맛도 모른채
먹었던 식사들을.
봄은 여전히 많다.
나는 여전히 다 먹지 못한다.
그래서 오늘도
조금만 덜어다가 먹는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봄을.
요즘 나는 잘 먹기 위해 산다.
I Live to Eat Well.
When I wake up in the morning, the first thing I do is brew coffee.
Holding a warm cup, I sit down, meditate, loosen my body a little, and write.
Only after that time passes does my day begin.
In the past, the day carried me along.
There was a schedule, there were lectures, and people I had to meet.
Now, I take my day out and use it.
Slowly, only as much as I need.
On days without outside plans, after meditating,
I walk my dog and naturally find myself entering the field.
After about an hour of touching the soil and pulling weeds,
there are moments when I forget why I came out in the first place.
Then I come across wild chives.
If I see them, I simply pick them.
There was no plan, but lunch decides itself.
That’s how wild chives arrive at the table.
In spring, there is too much to eat.
Butterbur keeps coming up,
bracken grows back no matter how much I pick,
and herbs deepen in fragrance even in a single day.
Butterbur flowers should be eaten as tempura,
and the leaves should be steamed,
but I can’t manage to eat it all.
The field is always ahead of me.
Nature offers more than I need.
It feels like standing in abundance.
I eat lunch in nature as well.
I eat whatever my body is drawn to that day.
Dinner is on the terrace at home.
With the lights on, feeling the breeze,
I eat slowly, as if I’m整理ing the day.
These days,
it feels like I live to eat well.
Strangely, that thought doesn’t feel odd.
In the past, I filled my days with achievements.
Now, I fill them with sensations.
I take in scents, touch with my hands,
and taste the seasons.
I pick dandelion flowers to make tea,
pan-fry azaleas into hwajeon,
roast plum blossoms for tea,
and drink tea all day from herbs picked in the morning.
I am eating the seasons.
Sometimes it is quiet.
So quiet that
I wonder if it’s okay to live like this.
At times like that,
I think of myself within social roles.
Back then, it was a place given by society and its roles,
but now, this is a place I have made.
So sometimes I need to check
whether this is the right direction.
But strangely,
I don’t want to go back.
Rather,
there are moments when I feel sorry
for how I endured back then.
Meals I ate
without even tasting them,
just to survive.
Spring is still abundant.
I still cannot eat it all.
So today as well,
I take only a small portion.
Only as much spring
as I can handle.
I live to eat well.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