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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정원에서
아침에 테라스에서 명상을 하려고 카푸치노를 만들어 잠시 앉았는데 정원 식구들이 궁금해졌다. 새벽 명상을 하는 테라스 정원의 봄 아직 공기가 식어 있는 시간, 소리보다 먼저 느껴지는 고요 속에서 나는 찻잔을 들고, 식물들과 천천히 인사를 나눴다. 막 올라오기 시작한 어린 수국의 잎은 마치 누군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처럼 여려 보였고, 그 앞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서게 되었다. 낮에는 같은 정원을 가꾸면서도 이런 순간들을 잘 보지 못한다. 해야 할 일에 집중하다 보면, 눈앞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 것들이 생긴다. 그런데 새벽의 정원은 다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시선도 자연스럽게 천천히 움직인다. 그제야 비로소 작은 변화들이 또렷하게 보인다. 오랜시간 명자나무의 꽃만 알아봤고, 작년에야 비로소 명자나무의 열매가 향기롭다는 것을 알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오늘은 앙증맞은 아기 열매를 마주하게 되었다. 아기 열매(명자, 무화과, 버찌, 앵두)들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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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일2분 분량


암스테르담에 가기 전, 튤립을 만나다.
내게 여행은 나를 찾아 떠나는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특히 국외 여행은 타인의 시선 속에서, 내 역할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국내에도 좋은 곳이 많지만, 굳이 국외로 향하게 되는 이유는 하나의 나라라는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의 삶도 괜찮다는 것,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싶은 내 무의식의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여러 의미를 찾거나 목적을 가지고 다른 나라들을 방문하면서, 그 안에서 나는 어딘가에 갇혀 있는 나, 한 가지 방식으로만 굳어 있는 나, 유연하지 못한 나를 마주했다. 낯선 곳에 가면 여전히 즐기기보다는 전투장에 들어선 것처럼 생존 모드로 바뀌는 나를 발견하는, 조금은 아픈 시간들이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나는 문득 ‘나는 나와 대화하는 법을 모르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하고 싶은 말보다 해야 하는 말에 익숙해진 채 살아온 나. 사실 삶에 그렇게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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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4분 분량


연초록이 올라오는 계절을 깊게 느낀 날
비슷한 것 같지만 고유의 빛깔이 있다. 생명은 그런 것이다. 아침을 마주하러 베란다에 나와 나무들을 오래 바라보게 됐다. 창을 사이에 두지 않은 자연과의 조우. 그 안에 나도 일부로 앉아 있는 이 순간이 참 좋다. 가까이 있는 단풍나무에는 연초록 잎들이 조용히 올라오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에 앙증맞은 여린 씨앗들이 빨갛게 맺혀 있는 모습도 보였다. 작고 여린 것들이 자기 자리에서 때에 맞춰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조금 뒤의 도토리 나무의 여린 연두빛 잎사귀는 흐린 그레이톤 하늘과 참 잘 어우러진다. 자연은 늘 이렇게 있었을 텐데, 내가 눈길을 오래 주지 않았던 거구나. 꽃이 피는 순간이나, 열매가 맺히는 결과에 더 익숙했구나. 먼산의 초록의 풍경을 바라본다. 이렇게 부드럽고, 이렇게 싱그럽게 서로 다른 색들이 겹쳐 있는 수채화 같은 장면을. 베란다에 앉아 바람을 느끼고, 공기를 그대로 마시며 그저 이 안에 머물러 있다. 왜 늘 꽃과 열매에만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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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3분 분량


더하지 않아도 다 괜찮아
가만히 들어봐, 어둠 속의 개구리 소리를 보이지 않으나 존재하는 것들 4월 한가운데 밤의 개구리 소리 일부만 보이지만 다 존재하는 아찔하게 아름다운 초승달 괜찮아 다 괜찮아 존재하면 괜찮아 생명이 너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더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뜰을 걷고 강아지를 쓰다듬고 머물다 다시 라벤더 옆에 와 그냥 다 괜찮아 Nothing More Needed, All Is Well Things unseen yet still here Mid-April night the sound of frogs Only a part is visible yet everything exists The breathtaking crescent moon It’s okay All is well To exist is enough Life feels so precious I don’t want to add anything Just walking the yard stro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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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9일1분 분량


꽃 멍
자연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벚꽃과 봄을 기다리며 살다 보니 벚꽃의 절정만 잠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꽃을 피워내기 까지의 인내와 고통과 고독과 기다림이 보이기에 더 아름답다 흩날리는 벚꽃 사이로 스며드는 싱그러운 초록의 빛살 같은 잎들 꽃이 져야만 피어나는 초록 이 잎사귀들이 이대로 져도 괜찮다고 지금 이대로 존재해도 괜찮다고 또 다른 계절이 다시 온다고 말해준다 보라와 초록이 어우러진 이 조용한 향연 속에서 나는 가장 나답게 존재한다 입맞추고 싶은 이 아름다움 앞에서 무엇을 더 바랄까 이미 다 있는 것을 온전히 느끼고 이 순간을 누리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부요다. Lost in Blossoms Living while waiting for cherry blossoms and spring, I have come to see that it is not only their brief moment of full bl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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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1분 분량


나에게 소품은 기억이다.
커피와 일기, 마음 내킬 때마다 하는 나만의 의식. 하와이에 머물 때 커피 갤러리에서 산 잔에 커피를 내려 마시며 일기를 쓴다. 나는 물건을 사용할 때 그 안에 담긴 시간을 함께 꺼내는 편이다. 그래서 인지 오늘 커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하와이에 있을 때 나는 제일 나다웠던 것 같다. 어떤 기준도, 어떤 판단도 없이 그냥 자연 속에 섞여 살던 시간. --- 새벽이면 닭 울음소리에 눈을 떴고 일찍 문을 여는 커피 집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그냥 앉아서 글을 썼다. 글을 써야 해서가 아니라 쓰고 싶어서 썼다. --- 걷다가도 문득 쓰고 싶어지면 노천 카페 아무 데나 앉았고 선셋이 예쁘면 바게트 한 조각에 크림 치즈를 바르고 둘둘 말아서 그냥 바다로 달려가 데크에 앉아 글을 썼다. 선셋 때가 되면 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찾아와 자연과 하나가 되던 비치. 커피, 바게트, 음악이 있는 곳에서 글을 쓰고 있으면 그냥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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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3분 분량


봄 손님들(little visitors of spring)
이스탄불에서 데려온 작은 액자 위에 봄 손님이 잠시 앉았다. 이쯤 되면 무당벌레가 많이 보인다. 따뜻한 집을 쉼터로 생각하고 찾아오는 녀석들이다. 가만히 보면 그 작은 동그란 등에 그려진 선과 색이 참 또렷하고 아름답다. 조그만 날개를 펴고 가볍게 날아오르는 모습이 앙증맞다. 봄에는 손님이 많이 찾아온다. 벚꽃 나무에는 새가 앉아 꿀을 따 먹고, 고양이 한 마리가 나무를 오르락내리락한다. 수선화가 피기 시작한 정원에는 다른 고양이가 아무렇지 않게 자리를 잡고 있다. 나무를 오르는 아이와 아래에서 바라보는 아이.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시선으로 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다가 문득 말을 건다. “얘, 이건 우리 정원이야.” 말을 해놓고 보니 조금 웃음이 난다. 내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과연 얼마나 될까. 이 꽃도, 이 나무도, 이곳을 스쳐 가는 생명들도 잠시 함께 있는 것들일 뿐인데. 얼마 전에는 강아지 솔이와 숲길을 걷다가 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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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2분 분량


튜닝 중, 끝나지 않을 것처럼 살았던 시간
가장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순리대로 살기로 한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방식이 내 몸의 리듬과는 많이 달랐다는 생각이 든다. 주 5일, 하루 8시간이라는 기준이 무색하게 돌아보면 나는 쉬는 시간 없이 계속 살아온 시간에 더 가까웠다. 돌봐야 할 사람들, 책임져야 할 일들 속에서 멈추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던 시간들.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고, 그렇게 해야만 하는 줄 알았다. 그리고 결국 완전히 소진이 되었다. 이제야 조금씩 알게 된다. 무엇이 나를 힘들게 했는지, 어디까지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지. 돌아보면 나는 어쩌면 이 삶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멈추지 않았고, 그래서 계속 앞으로만 나아갔다. 끝이 있다고 생각했다면 조금은 덜 쥐고, 조금은 더 쉬었을지도 모르는데. 끝이 없다고 여기니 끝나지 않는 방식으로 나를 밀어붙이며 살았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원래 자연의 흐름 안에서 살아가던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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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0일3분 분량


2026년 3분의 1 지점에서
2026년 딸아이와 함께 내 마음에서 꺼낸 비전 보드 올해를 시작하며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그저 내가 어떤 삶을 살아도 되는지를 조용히 허락해보기로 했다. 해야 하는 것들이 아니라 해도 되는 것들. 몸을 움직이고, 바다를 걷고, 가볍게 달리고, 춤을 배우고, 잘 먹고, 천천히 준비하고, 나를 돌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시간까지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흙을 만지는 시간. 아이들이 어렸을 때의 기억이 아니라 이제는 내가 나를 위해 나의 정원을 가꾸고, 나의 밭을 돌보는 시간. 정원은 나를 회복 시키는 곳이다. 돌아보면 나는 이미 그 삶을 선택해왔던 것 같다. 흙을 만지고 싶어서 1층 집을 선택했고, 모두가 어렵다고 말했지만 작은 정원을 만들어 그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때는 그저 아이들을 생각해서 했던 선택 들이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 모든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아주 오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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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4분 분량


내 노후는 '나' 라는 브랜드다.
나는 존재로 시작한다. 오늘, 명함이 도착했다. 예정된 날이 아니었는데 마치 때를 맞춘 것처럼 내 손에 들어왔다. 나는 그것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알아차렸고, 바로 움직였다. 어제부터 이유 없이 이 재료들로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 쑥, 민들레, 진달래, 그리고 해당화. 의도를 가지고 고른 것이 아니라 마음이 가는 대로 모은 것들이었는데 오늘 식탁 위에 올려보니 이것들은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쑥은 인내의 시간이었고, 민들레는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힘이었으며, 진달래는 으스러지듯 피어내는 삶이었다. 그리고 해당화는 장미보다 더 진한 향을 가진 꽃. 바닷바람을 맞으며 스스로를 지켜낸 향이다. 이 해당화는 일 년 전, 미리 따서 준비해둔 것이다. 오늘을 위해 준비한 것은 아니었지만 돌아보니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시간이었다. 나는 그 향으로 음료를 만들었다. 작은 화병에는 무스카리를 꽂았다. 봄의 초입에 피어나는 꽃, 이제 막 시작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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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8일5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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